비대면 시대를 맞아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가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산업계는 드라이브스루를 활용한 신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 그 분야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식음료업계뿐만 아니라 편의점, 호텔 등을 비롯해 자동차·부동산·관광업계까지 새로운 드라이브스루 활용법을 고안해 내고 있다. 드라이브스루에 이어 워킹스루(Walking Through)도 코로나19 시국에 대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분야는 식·음료업계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IT 기술을 접목한 드라이브스루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벅스는 2012년 국내 첫 드라이브 스루 매장인 경주보문로점을 열었고, 지난해 기준 280여 개 DT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8년 6월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주문·결제 서비스 마이DT패스(My DT Pass) 서비스 회원 수는 누적 15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서비스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이 사전 등록한 차량 정보를 통해 드라이브스루 주문 시 결제 수단을 제시하지 않고 스타벅스 카드로 자동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앱에서 ‘사이렌 오더’를 통해 미리 음료를 주문한 뒤 등록된 차를 타고 드라이브 스루 입구에 들어서면 등록된 차량 번호를 인식해 사이렌 오더와 연계된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식이다.

할리스는 올해에만 DT 매장 3개를 새롭게 열었다. 매장은 모두 복층으로 1층은 드라이브 스루 이용객과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주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2층은 소비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약 180석의 넉넉한 좌석과 40여대 차량의 주차가 가능한 넓은 공간을 보유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할리스는 공격적인 DT 매장 오픈 방식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회사 측이 코로나19 발생 전후 DT 매장 매출을 살펴본 결과 지난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약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탠덤 드라이브스루· DT존 등 이색 서비스 등장

맥도날드도 DT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DT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가맹점 포함 매출액이 98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 증가했으며, 가맹점을 제외한 한국맥도날드만의 지난해 매출액은 7900억 원으로 9.1%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맥도날드의 드라이브스루인 ‘맥드라이브(DT)’와 배달 ‘맥딜리버리’ 이용이 증가한 덕분이다. 지난해 맥드라이브 매출은 전년 대비 23%, 맥딜리버리 매출은 3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맥도날드는 비대면 채널에 대한 고객의 높은 수요를 반영해 이 영역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드라이브스루의 서비스 속도를 높이고 2대의 차량이 동시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탠덤(Tandem) 드라이브’ 구조를 도입할 예정이다.

편의점업계도 드라이브스루 시대를 열었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말 서울과 수도권 점포에서 처음으로 ‘CU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선보였다.

CU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는 오윈 앱을 통해 특정 점포를 지정해 원하는 상품들을 골라 주문, 결제한 후 차를 타고 점포에 방문하면 근무자가 정차된 차량으로 구매한 물건을 전달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 쇼핑이다. 결제 후 앱에서 점포까지 길 안내가 자동으로 제공되며 이와 동시에 점포 POS에는 실시간 교통상황이 반영된 고객의 도착 예정 시간이 전달돼 근무자가 해당 시간에 맞춰 주문한 상품을 준비하게 된다. 점포 도착 시 ‘점원 호출’ 기능을 활용해 점포 근무자에게 도착을 알릴 수 있다.

CU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의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며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별도의 이용 수수료는 없다. 적용 점포는 시내 도로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근무자가 물건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주·정차 공간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CU 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드라이브스루 운영 매장을 전국 3000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도 드라이브스루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늦은 밤에도 집에서 호텔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더 나잇 플렉스(The Night Flex)’를 선보였다.

롯데호텔은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도입하고 혼술·캠핑, 정찬 코스 등 고객 유형에 맞춘 다양한 언택트 메뉴도 출시했다. 심야 전용으로 선보인 이번 메뉴는 기존 드라이브스루가 레스토랑 영업시간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오후 9시에서 익일 오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픽업 가능한 시간을 확대해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메뉴는 롯데호텔 서울 유선 전용 상품으로 2시간 전까지 예약할 수 있고 설정한 시간에 1층 드라이브스루 픽업 존에서 수령할 수 있다. 유료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며 거리에 따라 차등 요금이 적용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드라이브스루 매출은 전년 4분기보다 약 20% 신장했고,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도 추가했다.

자동차업계도 드라이브스루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드라이브스루 형식을 가미한 타이어 교체 전문점 ‘넥스트레벨 역삼점’을 오픈했다. ‘비대면 타이어’ 장착 유형인 ‘드라이브스루’ 또는 ‘언택트 파킹’을 경험할 수 있는 매장이어서 고객은 매장 방문 전 온라인으로 주문과 결제를 끝내고 원하는 시간에 차량을 가져가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비대면으로 타이어 교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드라이브스루 경우엔 매장에 차량을 입고하면 결제한 서비스를 체크, 차량번호를 자동 인식해 구매 내역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 DT존에서 바로 장착이 이뤄지는 식이다. 언택트 파킹으로는 미리 예약한 고객이 주차 구역에 주차하면 대면 접촉 없이 타이어 전문가가 교체 작업을 진행하는 이색 서비스다. 넥스트레벨 역삼점은 작업장에 통유리·내부 모니터를 배치해 고객이 장착 작업 전 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진행 과정에 대한 신뢰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매장 구조를 설계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드라이브스루 서비스가 등장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최근 경상남도 거제에서 분양 예정인 ‘e편한세상거제 유로스카이’ 홍보를 위해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비대면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방문객이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국 곳곳 꽃구경도 드라이브스루로 진행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안심 봄나들이’를 위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주요 봄꽃축제가 취소된 상황에서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꽃구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영등포구 윤중로벚꽃길에는 올해도 차량이 줄지어 서며 벚꽃을 관람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강원도 강릉시도 경포벚꽃잔치를 취소하는 대신 4월까지 경포호 벚꽃 구경은 드라이브스루 방식만 허용했다. 제주 서귀포시는 표선면 일대에서 열리는 제주유채꽃축제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했다.

드라이브스루뿐 아니라 워킹스루도 진화했다. 코로나19 초기 당시에는 주로 공항 선별진료소 등 방역 최전선에 도입됐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일반·차량 이동형 선별진료소보다 빠른 속도로 검체 채취가 가능해 검사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는 데다 개방형 구조로 감염 위험도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워킹스루는 일상에서도 대면 접촉을 줄이는 주요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시국에 처음으로 치러진 지난해 수능에서는 워킹스루가 시험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수험생들은 거리두기가 가능한 워킹스루 방식으로 수험표와 성적 통지표를 받았다. 또한 학교에서는 감염 방지를 위해 졸업장을 워킹스루 방식으로 배부하기도 했다.

이 밖에 지자체 서비스에서도 워킹스루 방식이 도입됐다. 검체 채취 완료 시간은 5분 이내다. 일례로 서울시 송파구는 지난 1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린이집과 영유아 이용시설 등의 휴관이 장기화되면서 부족한 어린이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워크스루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라이브스루 도입이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증가했고 안착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는 드라이브스루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가적인 혁신 서비스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희 기자 mailto:cjh@trendmaker.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