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 인증…2024년 상용화 목표
전 세계 해운 산업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기 위해 차세대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무탄소 연료 암모니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국제 해상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도 친환경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탄소 대체연료 중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선박용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질소와 수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암모니아는 탄소가 없어 재생에너지를 통한 친환경적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유럽, 일본 등 주요 해외 국가에서는 암모니아 엔진 개발 등 무탄소 선박의 상용화를 위해 적극 힘쓰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8년 200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또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저감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친환경 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등 무탄소 선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 엔지니어링 전문 업체인 한국선박기술과 싱가포르 선사 ‘나빅8(Navig8)’이 공동 개발한 ‘8K 암모니아 벙커링 선박’이 한국선급(KR)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념 승인(AIP)을 받았다. 이 선박은 MGO(선박용 경유)와 암모니아를 이중 연료로 하는 암모니아 벙커링 선박이다.
한국선급은 이 설계에 대한 국내외 규정 검토와 위험도 평가 등을 통해 설계 안전성·적합성 등을 검증했다. 또 나빅8은 암모니아에 대한 선박 연료로의 상용 가능성과 운항 경제성을 검토했다.
김대헌 한국선급 연구본부장은 “해사업계가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선박 대체연료에 대해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8K 암모니아 벙커링 선박 공동 연구는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해운사, 설계사 등 산업계와 함께 탈탄소화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해사 업계를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무탄소 선박 개발 가속화
국내 조선업계도 암모니아 원료를 활용한 선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영국 로이드선급 LR, 독일의 선박 엔진업체 만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나섰다. 또 최근에는 싱가포르 항만청(MPA)과 노르웨이 비료제조사 야라(YARA)도 암모니아 추진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JDP)에 합류했다.
이를 통해 기술 상용화에 한 발 앞서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아프라막스(A-Max) 탱커’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이 기본인증을 바탕으로 독자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 상세 선박 설계 등을 거쳐 2024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과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를 받았다. 모두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암모니아 생산 공정은 수소와 질소를 고온‧고압에서 반응시켜 생산하는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 등의 기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수소와 달리 액화가 쉬운 암모니아를 액체로 변환해 선박이나 해상 배관 등을 이용해 공급하는 식이다. 특히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이송·보관 등이 용이하고 다른 탄소중립 연료에 비해 운송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독성과 부식성을 가지고 있어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선급이 발간한 ‘암모니아연료추진선박’ 보고서에 따르면 순수한 암모니아는 열화학적 특성이 LPG의 주성분인 프로판과 비슷해 자동차 엔진과 같은 내연기관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암모니아는 발화점이 높고 연소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단독 연료로 사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현재는 가솔린-암모니아, 천연가스-암모니아 등 두 가지 연료를 혼소하는 엔진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계에서 3번째로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를 개발해 시운전에 성공했으며, 암모니아와 휘발유를 혼합한 연료로 개조해 휘발유 자동차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을 13.5%에서 3.5% 이하로 줄였다.
선박에도 암모니아를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또 운송하지 않는 일반 선박이 암모니아를 연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벙커링이 세계 각국의 항구에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의 120개 항구는 암모니아를 수입‧수출할 수 있는 저장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벙커링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암모니아는 선박 화물, 냉동장치의 냉매 및 촉매환원(SCR) 장치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암모니아를 추진선박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과 추가 요건 등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선급은 선박의 대체연료와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와 최신 기술정보 등을 공유해 해사업계를 다각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선급은 보고서를 통해 “선박 연료로서의 암모니아의 사용은 전통적인 액체연료인 LNG, LPG 등과 비교했을 때 추가적인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이러한 위험성은 암모니아의 특성을 고려한 추가적 안전조치로 위험도를 낮출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해 안전적‧환경적‧성능적 측면에서 선박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 기능요건을 만족할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