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성공 방식 따라 국내 OTT 독점 콘텐츠 강화
드라마·영화·예능·스포츠 등 다양한 소재로 라인업 확대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들이 독점 콘텐츠 일명 ‘오리지널’ 강화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는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고 나머지 시장을 국내 OTT 업체들이 나눠 가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충성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면서 각 기업들은 기존 인기 콘텐츠였던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시트콤, 스포츠, 음악 등 각자 개성 있는 콘텐츠 확장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토종 OTT 중 하나는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TVING)이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독립법인 출범 후 드라마, 예능, 영화, K-POP 행사 등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독점 콘텐츠 공개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로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티빙은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포함해 올 한 해 약 2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자체 기획·투자 작품, CJ ENM 인기 콘텐츠의 OTT 독점서비스, CJ ENM 화제작의 스핀오프(spin-off·파생상품) 콘텐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티빙에 지분 참여한 JTBC와 투자가 예고된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또한 기획을 가다듬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김은숙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를 비롯해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출연한 영화 ‘서복’도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된다. 최정상 케이팝 가수 26개 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케이콘택트3’도 국내 독점 중계로 서비스된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강화를 위한 조직 정비에도 들어갔다. 최근에는 그 일환으로 단독대표 체제에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이명한 CJ ENM IP운영본부장을 기존 양지을 대표와 함께 티빙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명한 신임 대표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tvN 등의 채널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탄생한 웨이브(wavve)는 첫 단독 오리지널 콘텐츠인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제작에 착수했다. 그동안 방송 편성을 연계했던 기존 오리지널 콘텐츠와는 다르게 100% 사전 제작으로 웨이브에서만 공개한다. 이 밖에 중국드라마 ‘빈변불시해당홍’, ‘아재미래등니’와 일본드라마 ‘누나의 연인’,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등 총 9편을 순차적으로 독점 공개한다.
지난해 12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출범한 쿠팡은 최근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 홋스퍼의 모든 경기를 무료로 실시간 중계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을 확보한 스포츠 채널 스포티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다. 쿠팡플레이는 토트넘 경기뿐 아니라 라운드당 6개 내외의 프리미어리그 타 팀의 경기 하이라이트도 업로드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향후 양질의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영화, 국내외 인기드라마·예능,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애니메이션, 어학, 입시 강좌 등 분야도 다양하다. 각종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예능, 교육 콘텐츠를 비롯해 최신 미국TV 시리즈 ‘존경하는 재판장님(Your Honor)’, 교육형 뉴스 콘텐츠 ‘CNN10’ 등 다른 OTT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왓챠도 투자 유치로 확보한 약 590억 원의 투자액을 콘텐츠·인프라 경쟁력 강화에 쏟아 붓는다. 본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한편 독점 콘텐츠 강화,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발굴·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넷플릭스 “韓 콘텐츠에 올해 5억 달러 투자”
이처럼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에 열을 올리는 데는 자체 콘텐츠가 곧 경쟁력 확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대표 사례다. 넷플릭스는 지난 5년 간 80여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한국 시장을 점령했다. 올해 역시 약 5억 달러(한화 약 5500억 원)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자사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통해 국내 OTT 앱 시장을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넷플릭스 월사용자수(MAU)는 1001만3283명으로 지난해 1월(470만4524명)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사용자수(DAU)는 2월 1일 기준 252만113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배가량 증가했으며, 앱 설치 대비 사용률도 넷플릭스가 72.7%로(2월 사용자 기준) 가장 높았다.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성장의 원천은 탄탄한 콘텐츠”라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및 제휴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며 앱 사용자는 폭발적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도 가세…OTT 생존 경쟁 치열
넷플릭스의 성공 방식을 따라 국내 OTT 업체들이 시도한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TV가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3월 10일 기준 4억 뷰를 돌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카카오TV에서 론칭한 드라마와 예능, 뮤직쇼 등 총 26개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카카오TV에서 기록한 누적 조회 수로, 론칭 이후 약 6개월여 만이다. 대표작은 ‘며느라기’, ‘도시남녀의 사랑법’, ‘아직 낫서른’, ‘개미는 오늘도 뚠뚠’, ‘찐경규’ 등이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10대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으로 시청 층을 확장하고 있다.
이 밖에 티빙이 지난 1월 말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정종연 PD의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도 흥행에 성공했다. 공개 8화만에 2020년 티빙 인기작인 ‘대탈출3’의 VOD 시청자 수를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론칭 이후 매일 티빙의 인기 방송 순위 TOP10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넷플릭스와 연내 한국 상륙을 예고한 디즈니플러스의 공세에 맞서 토종 OTT들의 콘텐츠 강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야말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경쟁력”이라며 “콘텐츠 재미가 결국 OTT 생존 경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