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득보다 실’ 많다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득보다 실’ 많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승인 2020.08.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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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br>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과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가 시작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전요금 인상이 당장 와 닿는 부분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정책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활성화가 확대되는 것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전기차의 장점을 크게 부각하면서 주도적인 흐름을 전기차 방향으로 바꾸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노력해 국민들의 전기차 인식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고, 문제가 되었던 충전 인프라도 크게 개선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내년 후반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전기차가 본격 생산되면서 전기차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 바닥부터 배터리와 모터 등이 배치되면서 무게 배분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설계가 제대로 된 완성도 높은 전기차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이러한 다양한 국산 전기차가 새로 등장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성비 좋은 전기차가 본격 등장할 전망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테슬라 모델3와 올해 후반에 등장하는 모델Y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당분간 주도권을 쥐고 흔들겠지만, 내년 후반은 양상이 크게 바뀌면서 전기차 전쟁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충전 인프라다. 올 4월까지 전국적으로 공공용 완속과 급속 충전기수가 2만기를 넘었지만 소비자는 아직 충전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지의 약 70%가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집단 거주지의 경우에는 좁은 공용 주차장에 대한 이동용 충전기 활성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빌라나 연립주택도 주차장 넓이가 좁아 공공용 충전기 설치조건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안 개선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합리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타당성 있는 개선안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전은 전기차 충전비 인상과 충전기 기본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물론 충전기 요금 인상은 초기부터 너무 저렴하게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공공용 급속 충전기는 목적 자체가 일반 충전보다는 비상 충전이나 연계 충전이 목적인만큼 요금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심야용 완속 충전비용을 가장 저렴하게 구성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잉여전력을 심야에 활용하게 하는 정책도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공공용 급속충전비가 상승한다고 해도 약 30% 정도 인상인 만큼 그리 부담은 없으면서 일반 가솔린 비용 대비 약 25%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잘 모르는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라 할 수 있다. 기본요금은 충전기 설치 시 전기 인프라 확장 등을 위해 활용하는 비용으로, 전기 관련 설비 설치 시 한전에서 부과하는 비용이다. 지금까지 전기차용 충전기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 기본요금 부과가 없었다.

그 동안 주관부서인 환경부는 민간 기업에 보조금 등을 주면서 충전기 설치를 독려해 왔다. 이에 민간 중소기업 등은 지난 6~7년 동안 이윤도 없이 충전기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충실히 이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한전이 기존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래 기본요금의 50%로 줄여서 부과한다고 하지만, 기업에 따라 매달 1억 원 이상을 부담하는 기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촉진시켜 충전기 설치를 독려하고 이제는 비용부담을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은 이미 설치돼 있으면서 많이 활용하지 못하는 멀쩡한 충전기를 기본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 걷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정부는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복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불평등한 환경으로 돌아올 기업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전은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향후 전기차 시대가 오면 민간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하고, 공공기관인 한전은 보조금 지원 등 인큐베이터식 모델을 탈피해 기간산업 인프라 구축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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