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규모 ‘방사광 가속기’ 잡아라…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1조 원 규모 ‘방사광 가속기’ 잡아라…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 최진희 기자
  • 승인 2020.03.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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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 속도…지자체 유치 총력전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대형 국가 연구 인프라로 주목
충북‧전남·경북‧강원‧인천시 5개 시‧도 유치전 치열

소재‧부품 등 신산업과 반도체, 바이오신약, 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 산업에 활용되는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가 대형 국가연구 인프라로 주목받으면서 이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특히 기존 3세대 가속기보다 빛의 밝기를 약 100배 이상 개선한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과학계를 중심으로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경북도 제공]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급부상한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전자를 가속시켜 나오는 방사광으로 물질의 기본 입자를 관찰하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사업비만 1조 원에 이르고 이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 보니 지자체 간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 유치전에는 충북 청주(오창)를 비롯해 전남 나주, 경북 포항, 강원 춘천, 인천시 등 총 5개 지자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2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3세대 가속기로는 분석이 어려웠던 철강 등 소재‧부품의 내부 구조를 비파괴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어 앞으로 국내 미래 먹거리 산업에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방사광 가속기 구축으로 건축과 장비 개발 연계사업까지 포함하면 생산에 5300억 원, 부가가치 3400원 규모의 경제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995년에 포항에 설치된 3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와 2016년에 구축한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노후된 시설과 확장성의 한계, 산‧학‧연 연구과제 수요 증가로 지난 10여 년간 가속기 증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현재 진행 중인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개념 설계를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대형 가속기 로드맵과 운영 전략을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3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향후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등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전 건립 부지는 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의 유치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규 가속기 유치전에 지자체-대학이 뭉쳤다

지난해 3월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 추진 계획을 세우며 유치전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충북도다. 충북도는 청원군 오창읍 일원에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5억 원을 투입해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산·학·연 방사광 가속기 전문가 32명이 참여한 가속기 자문단도 구성했다.

충북도의회도 힘 보태기에 나섰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지난 12일 ‘충북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을 위한 건의안’을 채택했다. 산업경제위는 “후보지인 청주시 오창 지역은 단단한 화강암 지대로 지질학적 안정성을 갖췄다”며 “인근에 대덕연구단지는 물론 다수의 정부출연연구소가 있어 편리한 교통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꼽으며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또한 충북도는 지난달 1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전국 9개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부권 차세대 가속기 사업 유치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가속기 구축을 목표로 이천∼평택∼충남 천안∼충북 오창∼오송∼대전을 잇는 신산업 혁신 벨트도 구축할 방침이다.

올해 전남도 최대 핵심과제는 한전공대와의 연계로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해 세계적인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 공급기지와 운영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호남권의 산업자원을 고도화해 첨단 소재와 부품 산업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유치하기 위해 지난 17일 전남 22개 시장·군수가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 11개 대학과도 손잡고 공동 유치에 나섰다.

전남도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한전공대 인근 부지에 구축해 한전공대에 방사광 가속기 설계‧운영 등 교과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연구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한전공대는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광주‧전남 지역은 가속기 연구시설이 전무하다”며 “대형 연구시설은 재난 등에 대비해 안전성 차원에서 지역 분산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도 지난해부터 포항시와 협의해 포스텍 내 기존 3, 4세대 가속기가 위치한 인근 지역에 100,000㎡ 규모의 차세대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가속기 부지 조성에 필요한 사전검토를 마친 상태다.

경북도는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포항에 건립되면 기존 가속기의 부대시설과 연계해 다른 지역에 구축하는 것에 비해 10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사업 기간도 1년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25년간 운영하면서 축적한 기초·응용과학 연구경험에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한 산업 실증이 함께 이뤄지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기존 가속기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초기 신규 가속기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해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국내 최초로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 핵심사업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가 국비 지원으로 설립 중이며, 가속기를 활용한 2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한 ‘가속기 기반 차세대배터리파크 조성 사업’도 예타 사업으로 기획 중이다.

강원도와 인천시는 서울·수도권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고, 고속도로·복선전철· 국도 등 다양한 노선으로 서울과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앞세워 유치전에 가세했다.

강원도는 춘천시를 중심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춘천시의 경우 댐으로 인해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됐고, 수도권의 상수원 보호에 따른 각종 개발 규제로 지역발전이 정체돼 있어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려와 보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ITX·고속도로 등 수도권 접근 편의성 등을 유치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히 춘천시는 홍천 메디컬연구단지, 원주 의료기기 산업과 연계해 강원도의 수부도시로서 지역 발전을 이끌고 국가 균형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도 송도지구에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구축하기 위해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도국제도시는 수도권 소재의 산업단지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천공항의 이용도 수월하다는 것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GTX-B 노선으로 산업계의 방문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스웨덴, 중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신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건설 중이거나 기존 3세대 가속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현재 포항에 설치된 3,4대 방사광 가속기가 운영 중이지만 이용자 대비 수요가 포화 상태여서 신규 가속기의 증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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