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의 성공은 매우 어렵다. 특히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경우, AI 기술의 차별화와 도메인 노하우만 가지고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분야에 시장이 커지면 바로 중견 벤처회사나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글로벌 기업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과거 핀테크 분야나 외식 배달시장을 보면 단연 그러했다.
따라서 AI 스타트업은 애초부터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미리 고려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팀이 필요하다. 기술을 보유한 인원들과 함께 사업이 적용될 수 있는 시장에서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확보한 전문가, 또 새로운 문제 해결력을 지니고 있는 기획자, 마케터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시장을 보고 그들과 차별화되거나 니치 마켓(Niche Market,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성공을 위해서는 더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신시장을 만들거나 참여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도 신시장 아이템에 대해서는 먼저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선 조사나 기획을 하고, 최소의 기술을 보유하는 등 매우 조심스럽게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스타트업이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롭게 만들 시장에 도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쉽지는 않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있거나 막강한 팀이 존재한다면 다행히 큰 금액의 투자가 뒤따를 수도 있다. 또 때맞춰 ‘마켓 인에블러(Market Enabler)’를 만난다면 그나마 좀 수월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서비스와 솔루션에 쉽게 기존 방식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어 2~3년이 지나도 매출과 이익을 내기에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다만 이미 형성된 시장의 새롭게 대체가 가능한 분야에서 기존 솔루션에는 없던 방식으로 AI가 활용된다면, 이러한 AI 스타트업은 좀 더 안정적인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몇몇 AI 스타트업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부터 기존 머신비전 솔루션으로 인지도를 키운 뒤, 다시 2017년 AI 머신비전으로 신시장을 파고든 ‘라온피플’, 또 AI 머신비전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려 했지만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수아랩’, 이 두 회사는 스타트업들의 초기 불안전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다행히 수아랩은 투자가들에게 좋은 장점을 잘 부각했고 3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 수익이 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수아랩은 매출 40억 원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든 상황이었으나, 미국 코그넥스의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라온피플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네오사피엔스’의 인공지능 성우캐스팅 서비스 ‘타입캐스트(TypeCast)’를 살펴보면, 이 기술은 기존에 등장한 어떤 음성합성 기술보다 차별화된 감정과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시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동화 구현을 통해 오디오북 시장과 성대모사 시장을 조금 확보하고 있고, 성우 서비스로 넓혀 나가려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마켓 인에블러가 나타나지 않고는 매출의 점핑이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또한 안경피팅 기술을 AI로 구현한 스타트업 ‘딥아이’는 알툴즈와 같은 SW 전문회사다. 하지만 앱 서비스나 인터넷 안경점과 같은 비즈니스에는 경험이 적고, 고객들의 인지도도 약하다. 이 때문에 세계적 기업 와비파커 솔루션보다 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졌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좀 더 진전이 필요하다.
다만 딥아이와 같은 회사는 전 세계에 영향력이 큰 온라인 서비스 회사, 특히 안경과 관련이 있거나 액세서리를 취급하고 있는 업체와 마케팅 협력이나 투자 등의 기회를 잡게 된다면 앞으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이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성공을 위해 힘차게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