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연간 거래되는 중고차 규모는 약 380만 대 정도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비자 거래만 놓고 볼 때 260~270만 대 정도로 판단된다. 연간 신차 판매가 약 180만 대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중고차 거래는 적지 않는 규모임을 알 수 있으며,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적은 규모는 아니다.
매년 소비자 피해사례 중 중고차가 차지하는 부문이 큰 것은 부동산 다음으로 큰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피해 정도가 크고 사회적 후유증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자동차 애프터마켓에도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고차 거래 또한 온‧오프라인 구분이 없어지고 다양한 판매 방식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고차 시장은 이제 소비자 중심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카셰어링이나 라이드셰어링 등 융합 비즈니스 모델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능동적인 변화와는 달리 수출 중고차 분야는 아직도 낙후되고 관심 밖에 있어 수십 년간 법적 영역에서 제외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 중고차 분야는 국토교통부 자동차 관리법상 관리 영역이지만, 수출 중고차 영역은 해외수출 분야여서 실질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 분야도 지난 정부 때 처음으로 산업부에 포함돼 일이 진행되다보니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중고차 영역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불모지로 이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수출 중고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일자리 창출 문제가 부각되면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핵심 정책 중 수출 중고차 산업을 선정하고 사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군산 새만금 지역을 거점으로 군산시와 중앙정부가 시너지를 가하면서 가시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출 중고차 영역은 완전 불모지라 할 수 있다.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콘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활용하면서 차량의 일부를 반으로 분리시켜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는 등 전형적인 후진형 구조인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 평균 가격이 일본 중고차 가격의 과반도 안 되는 가격을 보이는 등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수출되는 중고차 대수는 약 35만대 수준으로 규모가 적은 편이 아니다. 여기에 수출 중고차 부품도 함께 진행되고 있지만, 현대화된 중고차 단지와 같은 토탈 서비스가 가능한 통합형 구조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선진형 수출 중고차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당연히 필요한 시점이다. 관세 관련 수출 사무소 유치는 물론, 성능평가‧풀질보증 등의 상품화 과정과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현대화된 시설, 전문화된 소프트웨어로 무장한다면 새로운 수출 중고차 산업으로 승화될 것이다.
국산 중고차 가치를 두 배 이상으로 높이고 수출 과정을 원스톱 서비스로 올려준다면 수출 중고차 70만대 수준도 가능할 것이고, 중고 부품도 덩달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수출 중고차 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역량을 수출 분야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고차는 신차와의 연계성이 크고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가 큰 산업이다. 또한 이에 따른 각종 비즈니스 모델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유일하게 각종 중고차 산업 정책 연구를 한 필자는 앞으로 수출 중고차 영역이 중요한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서 더욱 체계적이고 철저한 준비로 새로운 수출 중고차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