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해킹 막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어디까지 왔나
[특별 기고] 해킹 막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어디까지 왔나
  • 박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양자기술연구단장
  • 승인 2019.09.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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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ETRI 양자기술연구단장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검색, 유튜브 시청 등 콘텐츠 정보의 대부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로 사용되고 있어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는 인터넷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전자상거래나 은행 거래 등은 공인인증서를 통해 수학적으로 어려운 방법의 강력한 암호화를 거쳐 내보내기 때문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인터넷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데 사용하면 해킹도 차단할 수가 있다.

하지만 계산능력이 강력한 양자컴퓨터(슈퍼컴퓨터로 백만 년 걸릴 계산을 수 분만에 해내는 정도)가 개발되면 공인인증서 등에 사용되는 현재의 암호화 기술은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볼 수가 없다.

이 정도로 강력한 양자컴퓨터는 수십 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암호화된 데이터를 하드디스크 등에 수십 년 동안 저장하고 있다가 양자컴퓨터가 출현했을 때 암호데이터를 해독하면 원문에 담긴 비밀이 그대로 노출될 수가 있다.

이러한 암호방식은 암호문을 만들기 위한 암호와 암호문을 해독하기 위한 암호가 서로 달라 ‘비대칭암호방식’이라고 하는 데, 강력한 계산 능력의 컴퓨터가 있다면 언제든지 깰 수 있는 암호방식이다.

따라서 강력한 계산 능력도 깰 수 없는 암호 방식이 필요한 때가 다가온 것이다. 이는 암호를 걸 때와 풀 때 같은 암호를 사용하는 대칭암호 방식을 쓰면 가능하다. 다만 이 방식이 유용하려면 암호문을 만드는 쪽과 암호문을 받아서 풀어보는 두 지점에서만 암호를 알고 있어야 성립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암호를 알고 있으면 곧 바로 해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양 지점에서만 암호를 알고 있게 해 줄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특히 직접전달, 일반 통신선 이용 등은 중간에 탈취당할 위험이 있어 아무도 모르게 암호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1981년 파인만은 양자의 성질(중첩, 얽힘, 복제불가, 확률적 선택 등)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발표했고, 많은 사람들이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1984년에는 IBM의 베넷과 몬트리올대학의 브라사드가 양자의 성질을 이용한 여러 방법 중 단일광자(single photon, 빛을 입자로 볼 때 입자 1개)의 편광(빛의 극성 방향)을 이용해 두 개의 지점만 알 수 있도록 암호를 만들어내는 BB84(두 사람의 이니셜 B와 1984을 뜻함) 이론을 발표했고, 1992년에는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도 보여줬다.

BB84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단일광자에 대해 ‘↕, ↔, ⤡, ⤢ ’4가지 편광방향을 부여한다. A지점에서는 4가지 편광방향의 단일광자를 양자적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만들어 B지점으로 보낸다.

B는 도달한 단일광자가 어떤 편광상태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양자적 확률로 ⊞(↕,↔의 편광만 제대로 통과) 또는 ⊠(⤡, ⤢의 편광만 제대로 통과) 편광필터 2중에 한 개를 통과시킨 후 나온 빛을 검출기 (각각 1개씩 광검출기가 할당되어 있음)가 검출하게 되는 데, ‘↕’나 ‘⤡’을 감지하는 검출기가 빛을 감지하면 1, 빛이 통과하되 ‘↔’또는 ‘⤢’의 검출기가 빛을 감지하면 0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서 ‘↕’ 또는 ‘↔’이지만 ⊠ 편광필터가 선택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1 또는 0의 아무 숫자로나 나올 수 있다.

이를 순차적으로 진행한 다음. 순서대로 ⊞ 또는 ⊠를 썼는지 여부를 B가 A에게 알려주면 A는 순서대로 맞는 필터를 썼는지 B에게 다시 알려주게 되고, 서로 같은 필터를 사용한 결과만을 취하게 되면 두 지점이 같은 암호를 만든 결과가 된다.

이외에도 양자얽힘 상태를 이용한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으나, BB84 프로토콜은 비교적 구현하기 쉽고 ‘무조건적 안전성(무한대로 많은 컴퓨팅, 해킹 능력을 보유한 공격자가 공격할 수 없는)’이 원리적 측면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현재 구현된 양자암호통신 장비의 대부분은 BB84를 기본으로 약간씩 변형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북경에서 상해까지 약 2000km에 걸쳐 양자암호통신 백본을 완성했고, 중국공상은행‧신화사통신 등이 2017년부터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북경시내와 상해시내에서 은행 본점과 지점을 양자암호통신망으로 묶어 안전한 금융거래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 2018년부터 뉴욕의 증권가와 뉴저지의 백오피스간 양자암호통신 상업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주도하에 SKT, ETRI, KIST 등에서 기술개발을 하고 있으며 SKT, KT, LGU+ 등은 실제 적용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제 망에서 테스트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조만간 양자암호통신이 적용된 안전한 금융거래, 인터넷 탐색 등이 가능해 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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