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역사는 160년이 넘는다. 내연기관차의 역사가 약 130여년이지만, 전기차는 그 보나 앞서 운행됐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로 내연기관차가 주도권을 쥐었지만 현재는 다시 전기차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생활공간’이라고 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등 다양성이 커지면서 기존 자동차의 개념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만 보고 일을 진행하다보니 과거를 보고 전통적 기반에서 미래를 보는 시각이 없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독일 등 선진국은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하는 국가인 만큼 자동차 역사를 통한 다양성과 문화적 공감대가 크다. 제작사별로 자부심 강한 박물관이 즐비하고, 100년 된 클레식 카를 통해 과거를 찾고 이를 다시 승화시키는 작업도 하면서 신개념 사업 모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일본의 경우도 모든 제작사가 박물관을 중심으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면서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클레식 카 문화도 자동차 소비자 트렌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종 클레식 카 전시회는 물론 클레식 카 퍼레이드, 복원 기술과 클레식 카 부품 공급 등, 이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하게 창출돼 풍성한 자동차 문화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압축된 자동차 기술역사를 바탕으로 한 짧은 자동차 문화만 남아 있어 클레식 카 문화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한정된 개념의 제주 자동차 박물관이 있을 뿐이며, 전국 지자체별로 몇 대씩 보유하는 전시 행정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도 아직 자동차 박물관이 없는 상태고, 현재 건축 중에 있는 본사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내 박물관도 수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국내는 아예 클레식 카 관련 단체도 없고 전시회도 없으며, 세미나는 물론 거래 문화도 없어 완전 불모지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구입된 클레식 카도 정식으로 수입할 수가 없어 완구제품으로 들여와 번호판 하나 못 붙이는 실정이다.
또한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환경적인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예전 클레식 카의 배기기준으로는 운행을 할 수가 없다. 독일 등은 클레식 카를 공로상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환경 기준을 만드는 등 문화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관련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클레식 카는 20~30년 이상 된 역사적 의미나 희소가치 등 의미부여를 한 차종으로, 가격적 측면에서 고부가가치가 있어 일반적인 차량으로 운행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봄, 가을 좋은 날씨에 오랜 만에 길거리로 가지고 나와 상태 점검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는 없고 앞만 보다보니 그나마 남아있는 클레식 카의 관리는 물론 보존 상태도 심각하다. 또 환경 규제만 하니 클레식 카는 인정하지도 않고 관련 법규도 없어 클레식 카 거래인 옥션 등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근대 문화재인 약 20점의 클레식 카도 개인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지원도 못 받고 있다.
클레식 카 문화는 과거의 자부심과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미래를 다시 보게 하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과거가 없는 사회는 미래도 없다. 자동차 또한 이러한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