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효성, 첨단소재 ‘탄소섬유’ 경쟁력 확보 속도
현대차‧효성, 첨단소재 ‘탄소섬유’ 경쟁력 확보 속도
  • 최진희 기자
  • 승인 2019.08.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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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수입 의존도 줄이고, 소재·부품 산업 자립화해야”
고난이도 원천기술 확보 위해 정부 R&D‧설비투자 강화

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이달 28일부터 일본산 품목의 수입이 한층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섬유 분야에서는 탄소섬유, 유리섬유, 무기섬유, 프리프레그, 복합재료, 필라멘트와인딩머신 등이 영향권 내에 들게 됐다. 특히 탄소섬유 중 ‘1C010.b’와 ‘1C210.a’ 등이 통제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국내 기업은 1100여 개로 추정되는 일본산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탄소섬유 등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국내 산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 에는 당장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국산 부품·소재·장비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이번 사태를 오히려 한국 경제 체질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자동차 산업계는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 분야에서 대일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소재·부품 산업 자립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조원8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대응’ 예산을 마련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또 4일에는 ‘범정부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를 발족하고, 한국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ICP 기업 이용 안내를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수소차 핵심 소재인 일본 탄소섬유를 수입해 온 국내 자동차업계는 부품 소재 국내 개발 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진복합소재의 수소연료탱크, 현대 수소차에 탑재

업계에 따르면 탄소섬유은 일본이 세계 시장의 66%를 점유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미래차’로 불리는 수소차의 수소연료탱크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으로 철보다 4배 가볍고 10배 강한 초경량·고강도 소재다.

현재 탄소섬유 선두업체는 일본 도레이, 토호, 미쓰비시레이온 등이다. 현대자동차도 탄소섬유를 도레이에서 수입해왔으나, 이번 화이트리스트 사태로 탄소섬유 수입이 어려워지게 됐다. 앞으로는 일본이 5.6기가 파스칼 이상 탄소섬유를 해외로 수출할 때, 건마다 개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대 수소차 넥쏘 완제품에 필요한 핵심 소재는 탄소섬유로 일본 업체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넥쏘의 경우 일본 도레이의 초경량 고강도 탄소섬유를 공급받아 국내 기업 일진복합소재가 수소저장탱크를 만들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는 일본산 부품 장비의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시장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업계는 효성의 자회사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에 주목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07년부터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해 2011년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2013년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일본 도레이에서 효성첨단소재로 소재 공급선을 바꾸기 위해 물밑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탄소섬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효성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수소차나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일본 부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사전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 등 일부 업체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를 대비해, 부품사와 함께 최대 6개월가량 재고를 비축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고강도 탄소섬유에 대한 경량화와 전반적인 안전도 시험 등을 포함해 해외 기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빠르면 올해 연내 인증을 마무리하고 상용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효성의 탄소섬유 경쟁력이 일본 제품에 견줘 뒤지지 않지만 일본 도레이의 경우 40년 이상 탄소섬유를 개발해 안전 검증에 대한 데이터가 많다”며 “효성도 품질인증을 승인 받기 위해 연구개발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플랜트 증설에 박차

효성은 일본 수출규제 항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수소차용 고강도 탄소섬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7월 효성첨단소재에 대해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으나,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특수섬유의 실적이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의 설명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2013년 탄소섬유를 첫 양산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플랜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투자금액은 총 468억 원으로, 생산능력이 기존 2000t 보다 2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첨단소재의 신규 2000t은 2020년 1월에 추가될 예정이어서 이 해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설 플랜트는 내년 초에 상업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증설의 t당 투자비는 2.1만 달러 수준으로 기존 대비 44% 이상 감소하며 투자 회수 기간이 3∼4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제품군들의 납품가격이 일본 업체들과 경쟁 가능해지면서 올해는 100%의 플랜트 가동률이 예상된다”며 “내년 초 증설분 가동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로 최소 10% 이상의 제조 원가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화신테크·일지테크, 초경량화 소재‧부품 사업 본격화

자동차 산업계가 국내 탄소섬유 업체로 눈을 돌리면서, 화신테크, 일지테크 등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연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신테크는 자동차용 프레스 금형의 제조·판매를 하는 중소기업으로 지난 6월 탄소섬유 등에 기반한 초경량화 소재와 부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화신테크는 국내외 자동차업계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차체 초경량화 소재, 부품에 대한 공동개발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일지테크 역시 현대차와 대체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일지테크는 현대차 1차 부품 협력업체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업 부설연구소를 통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신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무역위원회의 ‘2018년 탄소섬유 및 탄소섬유 가공 소재 산업 경쟁력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섬유 기술 경쟁력은 73점으로 평가됐다. 일본은 99점, 미국·독일은 89점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탄소섬유의 글로벌 경쟁력은 일본의 78% 수준에 불과하다’는 내용도 있다.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한국은 선진국 진입에 따른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과 동북아 분업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추가 규제조치에 대한 개별적, 단편적 대응을 지양해야 하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가연구센터장도 “장기 대응방안으로 독자생산 체제를 확보해야 한다”며 “고난이도 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R&D 및 설비투자를 강화해 기술자립도 제고 및 해외 의존도를 저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친환경차 부품 분야는 2차전지 소재와 탄소섬유 등 수소연료전지차용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지만, 현재 대체재에 대한 국산화 연구도 상당부분 완료됐다.

현대차증권의 장문수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생산설비 증설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급등한 원/엔 환율 역시 주요 경합 지역에서 국산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전장화 부품 등 일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군의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부품사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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